타지 않는 프라이팬은 사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가슴 아픈 전쟁의 상처 위에서 피어났다.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라는 긴  이름을 줄여 흔히, 테플론이라고 부르는 이 경이로운 프라이팬 코팅 물질이 사실은 원자폭탄의 개발과정에서 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테플론을 발명한 사람은 플랑켓트라는 미국의 화학자다. 그는 무독성 냉매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던 중 우연히 두꺼운 강철용기 안에서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 PTFE)이라는 불화탄소의 기체분자가 서로 중합되면서 고체물질로 변하는 현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고체물질이 강한 산과 염기, 그리고 고온에서도 잘 견디며 어떤 용매에서도 녹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조원가가 높다는 이유로 발견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이 특이한 물질의 탄생소식은 우연치 않게 비밀리에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학자들에게 전해졌다. 당시 이들은 6불화우라늄(Hex)이라는 부식성이 강한 가스 때문에 고심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 듀폰사와 플랑켓트 박사에게 실험을 요청했고 예상대로 이 새로운 물질은 Hex의 부식을 견뎌내었다. 놀라운 발견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물론, 가공할만한 살상무기의 탄생을 예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테플론에 대한 군사기밀 제약이 해제되자 듀폰사는 프라이팬 제조에 이를 응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테플론이 프라이팬에 적합한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테플론은 비점착성이 우수하다. 테플론에는 거의 모든 물질이 달라붙지 않으며 접착성이 아주 강한 물질도 대부분 쉽게 분리된다. 게다가 매우 얇은 코팅을 통해서도 이런 특징이 효과를 발휘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내열성, 즉 강한 열에도 타지 않는 성질이다. 테플론 코팅은 최고 290℃의 지속적인 열에도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테플론은 내후성이 강해 녹이 거의 슬지 않으며 미생물 분해내성도 강하다. 그 밖에도 -268℃의 저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며 산과 알칼리에 대한 내약품성은 유기재료 중에서 최고로 강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 놀라운 물질은 인체와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논란에 휩싸옇다. 테플론의 제조에 사용되는 PFOA(perfluorooctanoic acid)라는 합성 화합물이 암과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테플론 그 자체가 유해하다기보다는 조리과정에서 프라이팬에 열을 가하거나 표면을 강하게 긁을 경우 PFOA 성분이 배출되어 음식물과 함께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듀폰사는 중국의 정부검역기관과 자신들의 독자적인 실험결과를 근거로 테플론 프라이팬에서 PFO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PFOA가 인체와 환경에 해로운 물질인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듀폰사는 2001년부터 공장 인근의 주민들로부터 테플론의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PFOA의 유해성을 둘러싼 집단소송에 시달려왔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주민 5만 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는 5천만 달러의 배상금과 2천2백만 달러의 소송비용을 지급하는 선에서 합의롤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음식의 조리과정에서 이 물질의 배출여부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